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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ie Francis -  I Will Wait for You.jpg

어떤 노래는 강백호를
웃게 한다.

Connie Francis -  I Will Wait for You

“나한테 영어를? 농담이지?”

왜 하필 그 곡을 골랐을까.

1학년 때였던가, 밤새 틀어놓은 TV에서 나오던 심야 영화를 보고 백호가 울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자막이 있는 영화였지만 노래가 나오고 연인들이 나왔고, 헤어지기까지 하니 그다지 즐겁지 않았던 것 같은데, 다들 취해 잠든 가운데 백호는 펑펑 울었고, 그래서 대남이가 잠깐 깨서 무슨 일이냐고 묻기까지 했었다.

그래서일까.

호열은 자신이 선택한 노래의 가사를 내려 놓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많고 많은 노래 가운데서 어째서 이걸 선택한걸까.

백호의 영어 실력 수준에 알맞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뭐였을까.

호열은 가사가 적힌 종이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는 백호를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

 

“이런 노래도 있냐? 너 영어 노래 부르는 거 본 적 없는 거 같은데.”

“어, 수업시간에.”

 

호열은 웃었고, 강백호는 머리를 한번 긁적이더니 다시 종이를 쳐다보았다. 탁자 위의 유리컵 안에 얼음이 천천히 녹아내리고 있었고, 호열은 추운 날씨에도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에 얼음물을 한모금 마셨다.

저 노랠 배운 건 2학년 영어 수업시간이었다. 그 때 그 영화에서 들었던 그 노래가 다시 나왔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새로온 젊은 영어 선생은 학생들에게 나름 참신하게 접근해보려고 한 것인지 오래됐지만 예전에 인기있던 로맨스 영화에 나온 노래의 영어 버전을 가져 왔던 것이었다.

그땐 프랑스어여서 몰랐구나. 자막을 제대로 보지도 않았기도 했지만.

간만에 잠들지 않고 수업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선생이 약간 놀란 것 같았지만, 그 영화를 봤다고 하니 눈이 더 커졌다.

 

‘괜히 말했다.’

 

아하하, 평소처럼 웃어넘기고나니 다시 수업이 시작되었다. 한줄 한줄 적어 내리는 알파벳엔 흥미가 없지만 어쩐지 그날은 조금 다른 기분이었다.

가사가 저랬구나.

그런데 그 영화에서는 끝에 헤어졌지 않았나? 

울고 있던 백호를 보느라 영화는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이제 노래에 흥미가 없어진 호열은 그날의 백호를 떠올리다가 운동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운동장 한쪽 끝에는 이제는 학교의 인기스타가 된 강백호가 달리고 있었고, 호열은 그걸 보고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러던 중에 선생은 카세트라디오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고,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영어로 된 가사는 프랑스어 였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가사를 이제 알기 때문일까, 아니면 역시 백호가 울던 것이 떠올라서일까.

영화 내용과는 달리 어쩐지 정말로 기다릴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저 멀리서 햇살 아래 달리는, 붉게 빛나는 너와 어두운 교실 안에서 무기력하게 너만을 바라보는 나.

 

그리고 지금 왜 그때 생각이 나는 걸까.

그리고 나는 왜 이 곡을 고른 걸까.

“이거 아는 거 같은데.”

백호의 말에 호열은 잠시 멈칫했다.

“어, 수업시간에 가르쳐줬는데, 너네반 영어가, 아 다른 선생이었던가.”

공업학교처럼 진학반 수업이 있는 건 아니긴 했지만 2학년 때부터 진학과 취업으로 반을 나눴던 터라 백호와는 선생이 달랐다. 그 사건도 조금 웃기긴 했지만.

 

“어, 너네는 대학생 안할거냐?”

“우리 중 누가 대학을 가겠어.”

 

라고 말하는 구식이의 입을 대남이가 막았다.

‘안막았으면 내가 막으려 했지만.’

 

백호는 대학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미국도 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호열은 웃었고, 구식의 입을 막은 대남도 웃었고. 그리고 그 꼴을 보면서 절레절레 하던 용팔이도 웃었으며 뭐 왜 그러는지 모르는 구식이만 응? 하고 백호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백호 넌, 진학반으로 신청했단 거지?”

“어, 너희 그럼 전부.”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백호가 어떡하지, 하고 울상이 되었고, 그걸 보며 우리는 앞으로 시험 공부 못 도와준다고 놀려댔다.

 

“야, 호열이 너는 머리도 좋은 데, 나랑 같이.”

 

같이...

별일이 아닌데 그걸 기억하는 건 역시 같이, 라는 저 말 때문이었을까. 백호는 입술울 쭉 내밀고 한동안 말도 안했지. 같이 대학에 가고 싶어해줘서 고마웠다. 몹시.

호열은 살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이 달랐잖아.”

 

그래, 그래서 영어 선생이 달랐지. 시험이야 같지만, 배우는 내용이 조금 더 실용적이었던 것 같았다. 비즈니스? 그런 영어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지금 너에게 더 필요한 것 같지만.

너 진짜 대학생 되는구나. 그것도 미국 대학생.

호열의 짧은 대답에 백호는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이었다가 끙, 하는 표정으로 검지로 관자놀이를 살짝 긁었다.

“근데 우리반은 이런 거 안했던거 같은데. 그런데도 아는 거 같기도 하고.”

 

넌 저 음악이 나오는 영화를 봤어. 나랑 같이.

나에게 기대서 울었고, 어떻게 사랑이 저렇게 변할 수 있냐고 화도 냈어. 난 그런 너를 봤고, 그래서 사실 영화는 잘 기억이 안나.

 

“선생 말로는 유명한 곡이래.”

“아, 그래.”

 

백호가 뭔가 더 줄줄 이야기 하기 전에 호열은 적어왔던 노래 가사를 꺼내 들었다.

백호는 미국으로 간다.

아마도 농구를 시작한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 감정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해줄 수 있는 건 이정도. 정말 이정도.

 

“팝송으로 배우면 빨리 는다더라.”

“그래도. 어려운데...”

“그래서 미국 안갈거야?”

 

공부가 싫어서 안간다고 하면 한 대 칠 생각이었지만 백호의 표정은 그게 아니었다.

 

“그거. 그러니까.”

“왜.”

“그냥.”

 

강백호가 이상하다.

정말 뭔가 이상하다.

졸업을 앞두고 미국행이 정해졌을 때도 눈 앞의 것만 생각하던 강백호가 어쩐지 이상하다.

양호열은 심각한 표정이 되어 백호를 보았다.

지금 강백호는 빠찡코에서 가불한 월급까지 다 털린 대남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나.”

“뭐?”

“...아니다. 이거. 계속 보자.”

 

강백호가...아니다?

뭐지, 뭘 말하려다 삼킨다고? 강백호가?

어째서?

.....호열의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져갔다.

자신도 그다지 잘하지 못하지만 백호가 도와달라는데 모른 척 하기 힘들어서 수업시간에 했던 것을 더듬어 사전을 찾아가며 적어온 것이었다. 그나마 다른 과목보다 성적이 좋은 과목이 영어이기도 했고. 사실 영어는 아주 안한 것도 아니었다. 대남이 놈이 요새 왜 그렇게 영어를 열심히 하냐고 물었을 때는 “니 눈엔 이게 열심히 하는 걸로 보이냐?”라고 답했지만, 하긴 했다.

알바 하는 가게에 요새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와서. 그리고 백호가 미국에 갈 지도 모르니까.

물론 그 두 가지 이유 중에 어떤 게 더 큰 이유였는지는 양호열 자신도 몰랐지만. 아니 알지만 한사코 모르기로 하고.

어쨌거나 백호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어서, 그렇게 해서 강백호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그래서 그걸로 만족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만족할 수 있냐? 양호열? 어? 양호열 대답해봐. 야 양호열!!!!!!!!

“호열아. 대답 좀. 나 맞게 하냐?”

 

호열은 퍼뜩 정신이 들었다. 백호가 더듬더듬 가사를 읽고 있다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어어, 하고 대답을 했다.

천 번의 여름 동안 널 기다릴게.

 

백호의 목소리로 저 가사를 들으니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가사를 적을 때까진 영화속의 연인들이 저런 노래를 부르고도 헤어졌다고 스스로의 마음을 부정하고 있었지만, 강백호의 목소리가 저 말을 하는 순간 호열을 뭔가 무너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난 아마도, 널 기다리겠지.

호열은 계속 영화 주인공들의 이별을 떠올리며 백호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씩 웃었다.

 

“어, 잘 하는데? 금방 늘겠다.”

“어 그러냐...”

 

왜. 그런 얼굴인데.

백호의 표정이 이상했다. 몇 번을 읽고, 단어를 쓰게 하고, 그러는 동안에도 백호는 중얼거리면서 딴 생각에 빠진 것 같았다.

‘뭐 강백호 집중력은 농구 할 때 말고는 안나타나지.’

 

호열은 쓰게 웃으며 오늘은 그만 하자며 백호를 달랬고, 이미 일찌감치 집중 따위는 버려둔 것 같았던 백호는 뭔가 결심한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밥 먹으러 가자.”

“그래.”

 

이제 좀 강백호다워졌고, 호열은 백호의 출국날이 다가올수록 감상적이 되어가는 자신을 최선을 다해 억누르기로 마음 먹었다.

-

 

“근데 호열아.”

 

백호가 부른다. 호열은 자신을 부르는 백호의 목소리를 좋아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만 같아서. 하지만 이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응?”

“아까 그거 ....가사 읽기만 하니까 잘 모르겠다.”

 

저녁 먹는 동안 한번도 꺼내지 않던 이야기를 돌아오던 골목길에서 갑자기 꺼내니 호열은 약간 당황했다. 하지만 이런 의외성이 백호의 장점이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지점이기도 했기에 호열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그럴 수도 있지. 노래니까 들으면 더 잘 들리기도 할거고. 테이프 다시 들어봐. ”

 

빌려준 테이프를 언급하는 호열에게 백호가 또 한번 무어라 말할 것처럼 머뭇거리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예전엔 성큼성큼 걸어가는 백호의 옆을 같은 속도로 걸었지만, 한동안 통 그렇게 하지 않았더니 자꾸만 뒤처지기 시작하는 기분이 들어 호열은 조금 신경을 써서 빠르게 걸으려 애썼다.

하지만 오늘은 백호의 발걸음이 이상했다.

뭔가 머뭇거리는 사람처럼.

 

무슨 일 있지.

무슨 일 있구나.

뭐야. 너를 망설이게 하는 게.

호열은 신경이 곤두섰다. 지금은 백호에게 중요한 시점이었다. 인생이 걸려있고, 밝고 빛나는 미래로 향하는 길이 열려있는 백호에게 망설임이 있다는 건.

 

“왜.”

 

강백호가 가로등 아래 그대로 멈춰섰다.

이제 백호는 팔을 뻗으면 낮은 가로등의 등에 손이 닿을 만큼 키가 커졌고. 호열은 예전 그대로의 위치에서 백호를 올려다 보았다.

환하다.

호열은 문득 그렇게 생각하며 백호의 답을 기다렸다.

“양호열.”

“무슨 일인데, 밥도 먹어놓고 또 배고파? 왜 이렇게 그렇게 뜸을 들여?”

“아까 그 노래.”

응?

예상치도 못했던 말이 백호의 입에서 나왔다.

“그거 가수 테이프 말고, 니가 좀 불러줘라.”

 

응?

“내 송별회 때.”

아... 송별회.

학교와 에이전시, 장학회에서 한번에 진행하기로 이야기가 된 그거.

백호의 실력이 워낙 특출나서, 몇 번 뉴스에 실렸고, 스카웃은 국가의 영광이란 식으로 알려지니 송별회도 크게 잡혔다.

그런데 거기서?

잠깐만.

저 노래를?

천년의 여름이 지나가도 널 기다린다는 저걸?

호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강백호는 끈질긴 근성으로 지금의 모든 성취를 이룬 선수였다.

그러니 양호열의 어떤 거부도 강백호에겐 통하지 않았다. 강백호는 한다면 하니까.

그래서 오늘. 그러니까 강백호의 송별회.

그래서 양호열은 정장을 입고, 호텔 연회장에 마련된 무대 옆에서 떨고 있었다.

 

 

If it takes forever, I will wait for you

For a thousand summers I will wait for you

'til you're back beside me, 'til I'm holding you

'til I hear you sigh here in my arms

만약 영원이 걸린다해도 나는 널 기다릴게.

천년의 여름 동안 나는 널 기다릴게.

네가 내 곁으로 돌아올 때까지, 내가 널 안을 때까지.

내 품에 안겨 한숨짓는 걸 들을 때까지.

Anywhere you wander, anywhere you go

Every day remember how I love you so

In your heart believe what in my heart I know

that forever more I'll wait for you

어딜 떠돌든 어디를 가든

내가 널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매일 기억해 줘.

너의 마음으로도 믿어줘. 내 마음이 알고 있는 것을.

내가 영원히 널 기다릴 것이란걸.

The clock will tick away the hours one by one

And then the time will come when all the waiting's done

the time when you return and find me here and run

Straight to my waiting arms

시계는 한 시간 또 한 시간 똑딱이며 흘러가고

그러면 이 모든 기다림이 끝날 시간이 오겠지.

네가 돌아와서 여기 있는 날 발견하고 달릴 그 시간이야.

기다리던 내 품으로 곧바로.

 

가사를 못 외울 리 없었다.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강백호를 가르치려면. 반드시 외워야 했고, 준비해야했고, 그 모든 내용을 알아야 했고.

그런데 그걸. 여기서?

다른 노래도 아니고? 이걸?

호열은 기절할 것 같은 기분으로 백호가 있는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학교 관계자인지 시청인지 공무원인지도 와 있는 큰 행사의 중앙에 강백호가 앉아 있었다. 그게 지금 자신과 백호와의 거리였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여전히 친구다. 어쩌면 백호는 계속 그렇게 생각해줄 지도 모른다.

변한 건 나 자신이다.

호열은 자신의 마음 꾹 눌렀다. 영어 단어만 실수하지 말자, 백호가 듣고 싶어 한거니까, 최선을 다해서 부르자, 이렇게 스스로를 단속하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지금 와서 도망칠 수도 없다. 백호의 가장 화려한 시작을 자신이 망쳐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미 밴드 연주자들에게 곡 명이 넘어갔고, 리허설도 했다. 마이크가 미끌거린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손수건으로 손바닥을 몇 번이나 문질렀다.

몇 번을 연습하다가 구식이와 용팔이도 가사를 외우겠다고 했다. 영어 성적이 그래도 중간은 가는 대남이 녀석은 가사를 눈치도 챈 것 같았다.

그 모든 것을 준비했다. 세탁소에서 양복도 빌렸다.

강백호가 기다린다. 이 노래를.

그럼 불러야지. 혼신을 다해 불러주마. 이 시대 최고의 천재 강백호를, 너를 축하하기 위해.

그리고 너를 보내기 위해.

- 강백호 선수의 오랜 친구, 양호열 군이 축하 노래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듣자하니 강백호 선수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라고 꼭 불러달라고 부탁했다는데요.

곡명은 어머, 이 곡이네요, 정말 유명한 곡이죠.

<I Will Wait for You.>

그럼 양호열 군이 부릅니다.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입이 바싹 마르고 조명이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정 중앙에 네가 있다는 건 안다.

음악이 들리고, 나는 마이크를 손에 쥔 채 너를 향해, 너를 위해, 숨김없이 노래를 부른다.

 

If it takes forever I will wait for you

For a thousand summers I will wait for you

만약 영원이 걸린다해도 나는 널 기다릴게.

천년의 여름 동안 나는 널 기다릴게.

 

'Till you're here beside me, 'till I'm touching you

네가 내 옆에 있을 때까지, 내가 널 만질 수 있을 때까지

And forevermore sharing our love

그리고 영원히 우리의 사랑을 함께하자.

 

'Till you're here beside me, 'till I'm touching you

네가 내 옆에 있을 때까지, 내가 네게 닿을 때까지

And forevermore I will wait for you

그리고 영원히... 나는 널 기다릴거야.

 

노래가 끝났다. 잘 불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너에게 닿았다면 그걸로 괜찮은 거다.

그런데.

연회장이 소란스럽다. 그리고 점점, 붉은 머리가, 백호가, 네가 가까워진다.

“호열아.”

“응?”

 

호열은 마이크를 쥔 채 그대로 무대 위에 서 있었다. 갑자기 무대 위로 걸어나온 백호 덕분에 송별회가 어그러진다.

완벽하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떠나는 너를 위해서 준비한 것들인데.

 

“호열아.”

 

백호가 내려다 보고 있다. 환하다. 여전히 밝게, 붉게 빛이 난다.

 

“마지막 구절 다시 불러주라.”

“응?”

“마지막.”

“어?”

“그거 다시 말해줘.”

 

And forevermore I will wait for you

 

입안에서 맴도는 가사. 입술이 저절로 움직일 것처럼 달싹거렸다.

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열은 마이크를 아래로 내린 채 백호를 올려다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영원히, 기다릴거야...”

“그래. 약속한거다. 양호열.”

 

응?

응????

백호가 웃는다. 환하게, 붉게 빛나며. 웃고 있다.

내가 영원히 기다린단 말에 강백호가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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