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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러블리즈 - 지금, 우리

하나미치가 연애를 시작했다.

바야흐로 꽃피는 4월 1일, 하나미치의 생일에.

벚꽃이 흩날리는 나무 아래에서 하나미치는 커다란 손에 비해 앙증맞은 편지를 상대에게 건네며 자신의 머리칼보다 더 붉어진 얼굴로 고백했다.

 

“정말 좋아합니다. 진심이에요. 저랑 사귀어 주시겠어요?”

 

푸른 하늘, 따뜻한 햇살.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벚꽃들.

그리고 미토 요헤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고백하는 하나미치.

요헤이는 잠깐 눈을 끔뻑이다가 주변을 둘러본다. 혹시 장난인가? 자신의 반응을 보려고 군단 녀석들과 하나미치가 짜고 하는 고백 쇼인가? 그러나 하나미치는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이런 저질스러운 장난은 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은 뭔데?

하나미치의 그 커다란 어깨가 떨리는 게 보인다. 편지를 쥐고 있는 손도. 한참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요헤이는 하나미치가 건네주는 편지를 받았다. 새하얀 편지봉투에는 분홍색 작은 하트가 붙여져 있다. 저 커다란 손가락으로 편지를 쓰고 반듯하게 접어 하트 스티커로 편지를 봉하는 모습을 상상했다가 웃음이 터질 뻔했다.

 

“요헤이. 대답해 줘.”

 

아니, 진짜냐고, 이거.

요헤이는 하나미치가 자신에게 고백하는 꿈을 못 해도 수십 번은 꾸었을 것이다. 꿈속에서는 항상 자신이 대답하기 전에 깨어나 버려서 그저 개꿈으로 치부했었는데.

요헤이는 자신의 볼을 꼬집고, 허벅지를 세게 쥐어뜯었다. 얼른 깨어나라. 꿈이라면 얼른 깨어나라고.

그러나 꼬집은 볼은 빨갛게 부어오르고, 허벅지를 쥐어뜯자 아픔에 눈물이 찔끔 나온다. 생생한 아픔에, 이 상황은 현실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고, 지금 하나미치는 요헤이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까, 하나미치가 요헤이에게 고백했다.

요헤이는 하나미치에게 대답해 주어야 한다.

요헤이는.

 

“난, 나는…….”

***

꿈?

잠에서 깨어난 요헤이는 눈을 뜨고 머릿속에 잔상처럼 남아있는 고백의 현장을 떠올렸다. 이번 꿈은 아픔까지 느껴질 정도로 생생했는데.

부스스한 머리를 잠시 긁적이던 요헤이는 자신의 베개 옆에 작은 쪽지를 발견했다.

 

꿈 아니야. 진짜.

 

하나미치에게 고백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잠들기 직전에 쓴 쪽지다.

맙소사. 진짜 꿈이 아니야.

요헤이는 멍하니 새벽빛에 밝아오는 창가를 바라본다.

어제 자신은 하나미치의 고백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이제, 사귀기로 했다. 그러니까 연인. 애인이 되었단 거다. 세상에! 상상만 해도 요헤이는 심장이 심각하게 뛰어서 이대로 죽을 수 있겠구나 싶다.

설렘의 달콤함을 느끼기엔 시간이 없다. 미토 요헤이는 조간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위해 이제 집을 나서야 한다.

전에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간다며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마주친 사장님의 푸념에, 하필이면 월급날 저딴 말을 왜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작고 소중한 임금이 미뤄진다면 어떻게 깽판을 쳐야 하나 머리를 굴리던 요헤이는, 어찌 되었든 이번 달도 고생했다며 월급봉투를 받는 순간 방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었다. 다행히 신문 구독자가 줄어도 자신에게 떨어지는 돈은 그대로이니, 이 일을 그만둘 이유는 없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고역이긴 하지만.

씻고 대충 교복을 걸친 요헤이는 잠이 덜 깬 얼굴로 현관문을 열었다. 약간 녹이 슬어 끼익 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현관문이 열리자, 그 틈으로 드리워진 거대한 인영이 보여 요헤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때때로 제 집을 찾지 못한 취객들이 복도에 좀비처럼 서 있는 경우가 있어서, 혹시라도 그런 경우라면 집 앞에다 토악질하기 전에 주먹을 휘둘러 내쫓으려 주먹을 꽉 쥐는데, 새벽빛에 빛나는 그 머리칼이 붉다.

 

“오, 요-헤! 이제 나와?”

“……하나미치?”

 

꽉 쥔 주먹에 힘이 맥없이 풀린다. 앗, 엇. 지금 나 얼굴 엉망 아닌가? 요헤이는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하나미치를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떠올린다. 씻고 나왔지만, 아직 리젠트 하기 전 머리칼이라 부스스하다. 하나미치에게는 늘 멋진 모습만 보이고 싶었는데. 머쓱함을 숨기려 요헤이는 일부러 크게 닛, 웃으며 인사한다.

 

“좋은 아침.”

“오우!”

“그런데 아침부터 우리 집에 무슨 일이야?”

 

요헤이의 물음에 하나미치는 눗? 고개를 갸웃하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요헤이랑 같이 아침 러닝 달리려고.”

“으응? 나랑?”

“요헤이는 신문 배달 해. 난 옆에서 뛸게. 안 심심하고 재미있겠지?”

 

이쯤 되면 요헤이의 대답은 필요 없다. 하나미치는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는 듯이 당당하게 넓은 어깨를 쭉 펴며 하하하! 역시 난 천재! 라며 웃는다.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서 당황스럽지만 요헤이가 손해 볼 것은 없다. 최근 하나미치가 농구부에 복귀한 뒤로 좀처럼 얼굴을 보기 힘들어졌다. 시간이 안 맞기도 했고 재활 후 무뎌진 볼컨트롤 감각을 끌어내기 위해 집중하는 하나미치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아침부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하나미치와 단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이 상황이 싫지 않다. 오히려 너무 좋다.

 

“좋아. 갈까?”

 

요헤이는 자전거를 탔고, 하나미치는 그 옆에서 달리며 나란히 신문사(新聞社)로 달렸다. 신문사에 도착해 자신이 맡은 구역의 신문들을 가득 자전거에 싣고 오늘의 배달을 시작하려는데 하나미치가 요헤이의 새끼손가락을 잡는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란 요헤이가 하나미치를 바라보자, 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진다. 당황스러움에 굳은 요헤이의 귓가에 하나미치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요-헤.

 

“오늘 배달 많아?”

“어? 어. 아니? 오늘은 금방… 끝날 것 같아.”

“있지, 끝나고 우리 학교 가는 길에 아침 사 먹자.”

 

그런 말을 굳이 귓속말로?

요헤이는 귓가가 홧홧해짐을 느낀다. 안돼, 안돼. 멋진 표정, 멋진 표정. 영혼까지 끌어모은 평온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얼마 전에 아르바이트비 받았으니 내가 살게.”

“후눗! 좋아!”

 

귀여워. 이러니 일을 그만 못 두는 것이다.

하나미치에게는 가장 좋은 것만 주고 싶다. 가장 예쁘고, 가장 반짝이는 것들을 하나미치에게 가득 쏟아붓고 싶다. 그가 배가 고파하면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었고, 그가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사주고 싶었다. 돈이 얼마나 들던 전혀 아깝지 않다.

 

“자, 이제 출발할까? 하나미치 러닝 힘내.”

“오우!”

 

태양 빛에 달궈지기 전인 서늘한 새벽공기를 잔뜩 마시며 요헤이는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그 옆으로 하나미치가 속도를 맞춰 뛰기 시작했다. 요헤이는 달리는 하나미치를 응원하며 생각한다.

그런데 혹시 나는 하나미치를 사랑이 아니라 부양하고 싶은 건가?

그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러기엔 중학교 때부터 하나미치의 마음이 담긴 고백의 편지가 자신에게도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렇게 둘이 함께하는 시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나미치가 나를 보며 웃는 그 시선에 사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결국 그 마음이, 편지가, 자신에게 닿았다.

요헤이는 뻑뻑한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지금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이 힘들어서인지, 설레어서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오늘따라 자꾸 웃음이 나왔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응? 하하! 아니이. 별건 아니고.”

 

좋아서.

요헤이의 실없는 말에 하나미치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크게 웃었다.

자전거 뒤로 쌓인 신문들이 줄어들수록 하나미치는 땀으로 흠뻑 젖었고, 요헤이는 끊임없이 하나미치를 응원하며 신문 배달에 속력을 높였다. 얼른 끝내고 하나미치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고 싶다.

그렇게 배달이 모두 끝나고 하나미치는 땀에 흠뻑 젖은 채 웃으며 잠깐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말한다.

 

“나 후딱 씻고 교복으로 갈아입고 갈게!”

“그래, 좋아.”

 

아직 등교 시간까지 여유가 많이 있었기에 상관없었다. 요헤이는 하나미치와 함께 걸어가려 자전거에서 내리려 했는데 그보다 하나미치가 자전거 뒤 안장에 타는 속도가 더 빨랐다.

 

“요헤이. 뭐 하러 내려? 그냥 같이 타고 가면 더 빠르잖아!”

 

방금까지 달린 하나미치의 몸은 매우 뜨거웠다. 꼭 방금 삶아 뜨거운 김이 펄펄 나는 고구마 같은 느낌이다. 아니, 그러니까. 풍기는 땀 냄새가, 어, 향기? 아니 땀 냄새가 원래 이렇게 좋은 건가?

하나미치가 요헤이의 허리를 끌어안고 출발! 외칠 때 요헤이는 필사적으로 날아가려는 정신을 붙잡았다. 코가 화끈화끈한 게 코피라도 터질까 봐 불안하다. 그 와중에 하나미치의 커다란 팔이 껴안듯 요헤이의 허리를 두르고 있는 이 현실이 다 거짓말 같다.

사실 이 모든 게 다 꿈 아닐까?

맞아. 하나미치가 나에게 고백할 리가 없잖아. 그 애는 지금까지 여자아이에게만 고백했다고. 그런 하나미치가 내 손가락을 잡고, 귓속말하고, 나 때문에 붉어진 얼굴, 나를 사랑스럽다고 바라보는 그 시선이, 진짜라고?

요헤이는 자전거 핸들 바를 꽉 쥐었다.

 

“요-헤? 출발 안 해?”

“아, 어어. 꽉 잡아 하나미치.”

“눗!”

 

정신 차리자. 혹시나 자전거가 중심을 잃고 넘어져 하나미치가 다치는 사태만은 안된다! 다시 하나미치의 팔이 요헤이의 허리를 꽉 끌어안자, 그는 입술을 꽉 물고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어떻게 하나미치의 집까지 달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힘차게, 그리고 빠르게 말이다.

***

“미토 군. 오늘 어디 아프니?”

“……네?”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당 사모님의 물음에 요헤이는 자신이 5분 동안 똑같은 테이블의 구석만 닦고 있는 것을 깨달았고, 서둘러 빈 그릇들을 수거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몸이 안 좋으면 일찍 들어가도 괜찮아. 오늘은 저녁 손님도 없기도 하고.”

“아니에요, 그. 생각할 것이 많아서.”

 

진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연인이 된 하나미치는 여러 가지로 요헤이의 심장에 안 좋았다. 학교에 함께 등교하면서 골목길에서 잠깐 맞잡은 손은 매우 뜨겁고 땀으로 축축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심장 울림에 맞춰 둥-, 둥- 움직이는 것 같다. 군단 녀석들이 아는 척할 때 황급히 손을 뗐지만, 손끝에 하나미치의 손과 맞닿았던 감촉이 잔상처럼 남아있다.

학교 수업 시간에 요헤이의 책상에 톡 던져진 쪽지에는 요-헤. 이쪽 봐 줘 라고 적혀있다. 요헤이가 반사적으로 하나미치를 돌아보자, 그는 계속 요헤이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 치켜 올라간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진다.

요헤이는 하나미치가 자신을 바라보는 저 눈빛을 잘 알고 있다. 하나미치를 바라보던 바로 자신의 시선이랑 닮았다.

저 눈빛에 녹은 감정은 사랑이다.

점심시간에 옥상에서 다 같이 매점에서 사 온 빵과 우유들로 배를 채울 때 하나미치는 요헤이가 먹던 소보로빵을 한입 달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빵을 내민 요헤이는 한입 크게 뜯어먹은 하나미치를 보고 하하! 웃었는데 하나미치도 자신이 먹던 크림빵을 내민다. 너도 먹어 요헤. 거절하기에도 민망하여 작게 한입 베어 무는데, 입가에 생크림이 묻었는지 하나미치가 엄지손가락으로 요헤이의 입가를 쓱 닦아 손가락에 묻은 크림을 쪽 빤다. 군단 녀석들은 더럽다며 질색했지만, 요헤이는 뜬눈으로 기절할 뻔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행동을 배워 온 거냐고! 아니,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걸까. 나만 신경 쓰이는 걸까.

 

“미토 군?”

“네, 네?”

 

이런, 설거지를 하다가 또 멍때리고 있었다.

이번엔 가게 사장님이 요헤이의 얼굴을 살피더니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한다.

 

“되었다. 오늘은 퇴근하렴.”

“네? 아직 가게 마감하려면 한 시간 반이나 남았는데요?”

“미토 군, 거울 봤어? 열이 있는 것 같은데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어.”

 

거울?

사장은 가게에 놓여 있던 작은 손거울을 요헤이에게 건네주었다. 거울 속의 요헤이의 얼굴은 톡 하면 피가 나올 것 같이 붉었다. 사장 내외분들이 열감기로 오해할 만한 외관이었다.

계속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니 요헤이는 앞치마를 벗었다. 내일부터 주말이니 집에서 푹 쉬겠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가게 문을 나서는데 커다란 인영이 자신의 앞에 서 있다.

 

“요헤!”

 

데자뷔인가? 아침에도 이랬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하나미치는 요헤이를 보고 활짝 웃는다. 요헤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풀어진다.

 

“웬일이야? 뭐 먹으려고?”

“아니, 요헤 기다렸지!”

“부활동 끝나고 여길 왔다고?”

“응!”

“왜?”

 

정말 순수한 물음에 하나미치는 양손으로 요헤이의 볼을 감쌌다. 왜긴 왜겠냐!

 

“그냥, 보고 싶어서. 그래서 너 끝날 때 같이 집에 가고 싶어서 기다렸지.”

 

밝은 보름달 아래 하나미치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난다. 아주 약한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이 꼭 눈발 같다.

아름답다.

사랑. 그거 하나 시작했다고 세상이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는 건가? 언제부터 이렇게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다웠지?

 

“가자!”

 

하나미치는 가볍게 쥔 주먹을 요헤이의 어깨에 톡 치며 함께 걷는다. 골목길에 요헤이의 로퍼 밑창이 아스팔트와 부딪쳐 또각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분명 하나미치는 보폭을 크게, 빠르게 걷는 편이고, 요헤이는 느긋하게 걷는 편인데 지금 두 사람의 걷는 속도는 비슷하다. 하나미치가 요헤이에게 맞춰서 천천히 가고 있는 것이겠지.

가로등 주홍 불빛 아래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요헤이는 불현듯 이 순간이 꿈일까 다시 두려워졌다. 혹시 이건 내 오래된 짝사랑이 만들어낸 꿈 아닐까. 이렇게 서로 한 뼘의 거리에서 함께 걷고 있다니. 옆에서 바라본 하나미치는 신이 났는지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자신을 바라보던 요헤이의 시선을 느꼈는지 한참 오늘 농구부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던 하나미치는 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본다.

 

“왜 그래, 요헤?”

“아.”

 

다정한 얼굴.

하나미치는 사랑을 잘 알고 있다. 사랑하는 자는 부딪치는 자. 상대에게 차일지언정 늘 진심 전력으로 고백한다. 실연의 슬픔에 눈물, 콧물 다 흘려도, 그는 또 다른 사랑을 찾아 헤맸다.

사랑이 그렇게 좋을까. 요헤이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렇게 커다란 덩치에 안 맞게 눈물 콧물 흘리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좋아할 이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 있단 말이야? 중학생 때 옥상에서 빵을 뜯어 먹으며 투덜거리기도 했다. 성가셔, 하나도 폼 안나.

그러나 열 번, 스무 번. 삼십 번, 사십 번, 오십 번의 고백이 이어질 때마다 마음을 담은 반듯한 편지가, 부끄러운 듯 발갛게 달아오른 그 모습이 문득 사랑스럽다고 느껴 버렸다.

 

“젠장.”

 

그 이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은 바로 자신이란걸 자각해 버렸다.

요헤이는 그날도 차인 하나미치에게 꽃가루를 뿌리며 찔끔 눈물을 흘렸다. 내 사랑은 이뤄질 수 없겠구나.

그러니 사랑이 이뤄진 순간 기쁨보다, 이 상황이 정말 실제인가? 꿈인가? 이거 진짜야? 의심부터 들은 것은 당연하다.

요헤이는 빙긋 웃는다.

그는 조금 떨리는 손을 뻗어 하나미치의 검지 손가락을 잡았다. 벚꽃이 가로등 밑에서 살랑거리며 춤을 춘다.

 

“하나미치.”

“응.”

“……정말 날 좋아해?”

 

나에게 확신을 줘. 불안할 때마다 안심시켜 줘.

하나미치는 요헤이의 손을 꽉 잡았다.

 

“아니.”

놀란 요헤이가 손을 놓으려는데 하나미치는 그 손을 다시 맞잡는다. 손가락이 얽혀진다. 하나미치는 상체를 숙여 요헤이와 시선을 맞추었다. 올곧은 갈색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검은 눈동자를 바라본다. 요-헤.

 

“사랑해.”

“…….”

“너를 사랑해.”

 

하나미치가 요헤이에게 사랑을 말한다.

굉장해. 심장이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것 같다. 아마도 지금 요헤이의 얼굴은 빨간 토마토 같겠지. 그러나 그것은 하나미치의 얼굴도 마찬가지인지라. 요헤이는 그저 낮아진 하나미치의 어깨에 자신의 이마를 대고 손을 더 꽉 쥐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이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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