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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中人

븍흑그세

@cdhoodcdcd

Wong Faye - 夢中人

스물 후반까지의 강백호와 양호열의 밤은 항상 서로의 품속에서 끝났다. 항상 그럴 것 같던 밤도 오늘 이후로는 다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호열 집의 작은 거실, 테이블 위에는 다 마신 캔맥주들과 깔끔하게 제본된 청첩장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강백호는 무릎에 손을 얹은 채 청첩장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베이지색의 고급지에 금박으로 박힌 이름 두 개. 그리고 익숙한 이름 하나가 박혀 있다.

 

“결혼한다는 말, 진짜였냐?”

 

강백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고교 시절, 코트 위를 가르며 소리치던 청량함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응.. 집안에서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하시고…. 좋은 사람이야. 백호야, 왜 그렇게 봐. 너도 가는 주제에. 이 짓도 이제 끝내야지. 아내 될 사람들한테 못 할 짓이잖아.”

 

양호열은 담담하게 말을 내뱉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가 뿜어낸 연기가 두 사람의 거리를 모호하게 가렸다. 강백호는 담배 연기 너머의 양호열을 바라보았다. 10대 시절, 제 뒤를 지켜주려 양호열은 항상 주먹을 휘둘러 주었고. 20대 시절, 나에게 사랑이란 걸 알려주었다.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절실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양호열의 둥지에서 나갈 때가 된 것이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단순한 우정이 아니었음은 이미 깨달은 지 오래되었다. 관계를 정의하지 않고 좋을 대로 서로에게 마음을 표현하였다. 아직은 아니라는 듯이 미루고 미뤘는데, 아마 그때가 지금 다가온 것일지도 모른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짜증 난다고 소리 지르고, 화난다고 멱살을 잡는 것이 아닌 고개를 숙이고 타협하는 것이니까. 세상의 시선, 가족의 기대, 그리고 남들과 다른 길을 걸었을 때 서로가 짊어져야 할 무게를 우리 둘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호열아.”

 

“응”

 

“나 안 잡냐.”

 

강백호의 물음에 양호열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강백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당장 판을 엎고, 양호열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도망치자고 말하면 양호열은 못 이기는 척 따라와 줄지도 모른다는 것을. 하지만 강백호 역시 어른이었다. 그 대가로 양호열이 포기해야 할 평탄한 삶과 계속 듣게 될 세상의 비난을 알고 있었고, 양호열이 그것을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하여 확신이 없었다.

 

“백호야.”

 

양호열은 피우던 담배를 끄고 강백호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아주 천천히, 손을 뻗어 강백호의 볼을 감쌌다. 아직도 강백호에겐 세상 물정 몰랐던 그 눈빛이 담겨 있다. 그래.. 너도 지금 참는 중이구나. 항상 나를 향했던 그 눈빛이 이젠 다른 여자에게 갈 걸 생각하면 배알이 꼴린다. 그건 항상 내 것이었고, 강백호의 손길은 언제나 나를 위했던 것이었는데.

 

“잘 살아.”

 

입과 마음이 따로 노는 기분이다. 다정한 말투와 손길은 강백호에겐 잔인하기만 할 뿐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깊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한 사람은 너야. 내가 결혼한다고 해도 그건 절대 안 바뀌어.”

 

강백호의 눈이 깊게 감긴다. 그리고 손가락 사이 물기가 닿는다. 이젠 닦아주지 못할 눈물들을 바라보았다. 차라리 싫어졌다고, 마음이 식었다고 거짓말을 했다면, 네가 이렇게 아프지 않았을까.. 하지만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현실이 가슴을 죄어온다. 서로를 대신하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은 누군가를 괴롭힐 것이다. 그 대신 우리를 죄에서 구원해줄 거야.

 

“그러니까 백호야.. 서로 잘 보내주자. 영원히 못 만나는 건 아니잖아. 그냥 예전처럼 돌아가는 거야. 서로 가장 친한 친구로 돌아가는 거지.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은 이제 기억에만 두자. 꿈꿨다고 생각하는 거야. 가장 즐거운 꿈을 꿨고, 이제 깰 시간인 거지.”

 

양호열의 떨리는 목소리에 강백호는 결국 감았던 눈을 떴다. 강백호는 양호열의 멱살을 잡은 채 자신 쪽으로 당겼다. 이 표정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무래도 긴 시간 못 보겠지. 마지막으로 입을 맞췄다. 강하게 얽히는 숨이 꼭 자신들의 마음 같아서 도저히 끝낼 수가 없다. 양호열이 입을 뗐을 때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정말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나도 이제 답할 때가 되었다.

 

“가라, 호열아.”

 

강백호는 차마 양호열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우리 둘 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잘 살자. 오늘은 나가서 잘 테니까 네 짐 챙겨서 내일 나가주라. 슬슬 신혼집에 짐을 옮겨야 해서 아내가.. 올거야.”

 

양호열은 외투를 챙기고 발걸음을 옮겼다. 문 닫히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고, 강백호는 홀로 남겨진 거실에서 자신과 다르게 빛나는 청첩장을 보았다.

 

“호열아, 세상에는 자멸하면서까지 하는 사랑이 존재한다더라. 그걸 한 번 해볼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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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를 쓰고 낮잠을 잤다. 일어나니 오후 6시였고, 갑갑한 마음에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꺼내 들었다.

 

강백호도 나도 각자의 삶을 살러 떠났다. 한 달을 차이로 둔 결혼식들은 기분 좋게 끝이 났고, 3년이 지난 지금은 언제 아이를 가질 거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집안에서 연결해 준 결혼이라 해도 이건 너무 개인 사정 아닌가. 나의 아내는 천천히 갖고 싶다며 자기 경력을 쌓았고, 나는 꿈에 나오는 강백호 때문에 그리움을 쌓았다. 분명 강백호도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들자, 기분이 다른 때보다 붕 떴다. 너무 기분 좋았나 싶어 다시 한 가정의 가장으로 돌아간다. 양호열, 이제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아내한테도 못 할 짓이잖아. 이 여자는 알까. 네 남편이 남자에게 뒤가 뚫렸던 적이 있고, 그 남자를 아직도 사랑한다는 것을. 지금 드는 이 기분은 배덕감일까 아니면 죄책감일까. 아이를 갖게 되면 더는 강백호의 양호열이 되지 못하는 거겠지. 지금도 못 되지만.

 

“호열 씨, 내가 담배는 이제 끊으라고 했잖아. 당신만 여기서 살아? 나도 사는데 왜 자꾸 피는 거야. 필 거면 밖에 나가서 피던가. 집안에 담배 냄새가..! 하.. 우리 서로 배려하면서 살자. 응?”

 

“다음부턴 그럴게. 일하고 와서 피곤할 텐데 미안해.”

 

“집엔 언제 온 거야?”

 

“오늘 그냥 반차 썼어. 기운이 좀 없어서...”

 

“호열 씨.”

 

“응.”

 

“우리 아이 가질까? 내 쪽이든 호열 씨 쪽이든 계속 말이 나오고 있기도 하고, 결혼 3년 차면 슬슬 준비할 때가 된 것 같아서.”

 

이상하다.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져야지. 평범한 삶을 살기로 했잖아. 말해야지.

 

“…..”

 

“내가 준비가 안 된 게 아니라 당신이 준비가 안 된 거였네. 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말이 왜 그래. 난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고, 너 없을 때가 기억이 안 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거야.”

 

“호열 씨는 꼭 어디론가 떠날 사람 같아. 3년이라는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듯이 사라질 것 같다고. 아직도 과거에 있는 사람처럼 말이야..”

 

“오늘 일이 많이 힘들었나 보네. 나 안 그런 거 알잖아. 오늘 저녁은 나가서 먹을까?

 

“다 됐고. 이번 주까지 생각해. 가질 거면 바로 준비하고, 아닌 거면 나 더 이상 이야기 안 꺼낼 거야. 나 그냥 하는 말 아닌 거 알지? 잘 생각하고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응..”

 

답답하다. 지금 당장 강백호를 만나야 할 것 같다. 강백호도 분명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텐데. 네가 아이를 가지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아.

 

아내는 방에 들어갔고, 다시 베란다로 들어가 담배 대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강백호에게 문자를 남겼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혹시나 전화가 올지 모르니까. 아내가 들으면 안 되는 내용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밖에 나오니 마침 전화가 왔다. 너도 내가 보고 싶은 거지? 그런 거지?

 

너도 아직 꿈꾸고 있는 거지?

 

“여보세요.”

 

[양호열, 우리 그만하기로 했잖아. 근데 왜 이런 문자를 보내는 거야. 내가 아이를 가지든 말든 네 상관도 아닌데 왜 그러냐?]

 

“백호야, 나 이혼할까.”

 

[…. 몰라. 네 선택이 그렇다면 그런 거 아니겠냐.]

 

“네가 왜 제수씨랑 결혼했더라... 감독님이 주선해 줬었나? 그러다가 제수씨가 결혼하고 싶다고 먼저 말했고.. 그리고 그랬지..”

 

[뭘 말하고 싶은 거냐, 호열아.]

 

“네가 너무 보고 싶다 백호야.”

 

[호열아, 나 8개월 뒤에 아빠 된대. 그러니까 헛소리하지 말고, 네 부인한테 잘해. 후회하지 말란 소리야.]

 

뚝.

 

“…아니잖아. 거짓말이잖아..”

 

눈물이 났다. 지난 감정들이 휘몰아치면서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렇구나.. 나에게 아이는 족쇄였구나. 이제 변명할 거리도 널 만날 수 있는 명분도 사라져 버렸다. 너는 정말로 내 손을 떠난 거야. 내가 연을 못 끊고 있으니까, 강백호가 친히 자기 손으로 끊어주었다. 어쩌면 3년 동안 꿈속에 갇혀서 떠돌아다닌 건 나뿐이었나 보다. 부모님이 항상 입에 달고 살았던 평범함을 따라가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아내랑도 그럭저럭 친하게 지냈고, 가끔 힘들 때는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었지만, 강백호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아직도 나의 빈 부분은 강백호가 채워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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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열의 문자를 받은 순간, 당장 전화를 걸어버릴 뻔했다. 무슨 내용이든 상관없이 너한테 문자가 왔다는 게 중요했으니까. 황급히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어디 가냐는 아내의 말에는 일이 생겼다는 말만 하고 나왔다. 전화를 걸기엔 늦은 걸까. 아직 15분밖에 안 지났는데, 바로 받아줄까. 전화를 걸자마자 네가 전화받았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아져서 당장 널 보러 가고 싶었다. 참아야 해. 아직 때가 아닌 걸 알잖아.

 

그리고 거짓말을 했다. 철옹성 같던 양호열의 3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전희처럼 퍼지는 배덕감에 취했다. 아내는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러려고 한 결혼이기에 그녀도 받아들인 바가 있었다. 아무렴 계약서까지 작성하고 한 결혼인걸. 감독님의 성화에 못 이겨 한 번 나갔던 소개팅에서 그녀는 나의 팬임을 밝혔다. 구단주의 딸이었던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그리도 빌었단다. 감독님이 나에게 소개팅을 계속 들이밀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겠지. 나도 사회생활 하는 어른이기에 한두 번 더 만나주었다. 그리고 그만 만나자고 이야기하려다가 단톡방에 알람이 울렸다. 양호열이 결혼을 한단다. 사랑 없는 결혼을 예쁜 말로 잘도 꾸며댔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프로포즈했다. 상황은 3박자처럼 마냥 착착 들어맞았다. 그리고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나는 그녀에게 언제든 이혼할 마음이 준비됐다면 좋다고 했고, 그녀는 화를 냈다. 그런 게 어떻게 결혼이냐며 화를 내는데, 웃기기만 하다. 아가씨, 그런 결혼도 있는 거예요. 안 할 거면 하지 말라고 하려던 참에 조건이 무엇이냐며 걸려들었다. 자기한테 너무 불리한 결혼 아니냐며 오목조목 따지는데, 내 몸과 시간을 다 가질 수 있으며, 내가 이혼하기 싫으면 계속 결혼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사랑을 바라지 말라는 말도 해주었지만, 그녀는 굳게 결심하며 도장을 찍었다.

 

내가 왜 결혼했는지 궁금하다고 했지?

 

호열아, 나는 말이야.

너를 위해서 결혼한 거야.

네 인생에 내가 없었던 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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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울고, 그제야 아내와 싸웠던 것이 기억나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나의 아내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여성이었다. 자기 경력도, 결혼생활도, 아이도 완벽하기를 바라 왔기에 나와 결혼했다. 아마 그녀의 이상에 도움을 줄 사람이 내가 가장 부합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을 돌아보면 나는 그녀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인물인가? 오히려 그녀의 인생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복잡한 감정만 앞서서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답답했던 적은 없었는데..

 

각방을 쓰고 있던 터라 그녀의 방 앞에서 서성이다 내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갑자기 모든 게 귀찮아지고 신경 쓰고 싶지 않아졌다. 내가 아내의 인생을 완벽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태어난 게 아닐 텐데. 하지만 강백호의 인생을 완벽하게 만들어 줄 수만 있다면, 나는 내 인생의 전체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차이가 나를 자꾸 갉아 먹는다. 널 좋아하는 내 마음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내 욕구만 참으면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부모님에게 실망스럽지 않은 아들이 되려면, 부모님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으려면, 아내에게 실망스럽지 않은 남편이 되려면, 아내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으려면, 나만 참으면 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돌아갈 곳이 없어 꿈속으로 도망을 치러 간다. 꿈속에는 웃고 있는 부모님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이룬 아내와 의젓한 아이가 있는 나의 보금자리가 있다. 부모님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더 멋진 아들이 되라는 말을 반복한다. 아내는 나에게 팔짱을 끼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자는 말을 반복한다. 아이는 나의 손을 잡으며,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어쩌면 또 다른 나를 이 세상에 놓은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 앞에서 강백호가 걸어온다. 나의 깊숙한 곳으로 걸어오자, 나의 보금자리가 점점 사라져 간다. 내 보금자리를 사라지게 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너를 보자 화가 치밀었다. 나의 모든 걸 포기하게 했으면, 너는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화를 내봐도 강백호는 가만히 있는다.

 

“호열아, 이럴 거면 왜 날 안 잡았냐?”

 

허억!!

 

깊은숨을 들이키며, 땀에 젖은 얼굴을 발견한다. 거울 속 나는 정상이 아니야.. 내가 정상이 아니라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잠이 쏟아진다. 도망쳐야 해. 잡아야만 해.

 

무엇을?

 

부모님을? 아내를? 양호열로 만들어 버린 내 아이를?

 

나로 있게 해주는 강백호를.

 

자야 해. 자야만 강백호를 붙잡을 수 있어. 그래야 내가 나로 살 수 있어.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는다. 정상이 아니야. 그런데 자야 해. 강백호가 붙잡아 달라고 말했어.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해? 백호야.. 나 근데 널 붙잡을 수가 없어.. 이젠 네가 내 손에서 벗어났잖아..

 

덜컥

 

이상하다는 얼굴을 한 아내와 이상한 사람인 양호열.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천천히 다가왔다.

 

“호열 씨는 누굴 기다리는 거야? 누구 때문에 그렇게 우는 거야? 누굴 원하고 있는 거야? 왜 일어났는데 날 찾지 않았어? 너 왜 다른 사람을 찾아.”

 

“아무도 안 찾았어… 찾을 사람이 없어.”

 

“거짓말… 너 강백호를 찾았잖아.. 소리지르면서..”

 

“…허어.”

 

“호열아, 나랑 있는 게 괴롭니?”

 

“…나를 모르겠어.”

 

“양호열.. 왜 딴소리를 하는 거야… 하.. 아니다.. 정신 좀 차려.”

 

일주일이 지났다. 서로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아내는 집에 오면 공부했고, 나는 집에 오면 저녁도 거른 채 10시간을 내리 잤다. 강백호는 꿈속에서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지치지도 않고 이야기했다. 그런데도 난 마음이 편해지고, 이 시간이 설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은 한 달 뒤에 터졌다. 금요일 밤 7시에 언제나 그렇듯 잠에 들었다. 평소 같으면 배가 고파서 새벽 5시면 깼었는데, 그날은 유독 잠에서 깰 수 없었다. 2일을 내리 잤다. 아내는 울면서 나를 깨웠고, 내가 죽은 줄 알았다며 엉엉 울어댔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화를 냈다. 한창 재밌게 놀고 있었는데, 너 때문에 흐름이 끊겼다면서 다시 자려고 드는 모습을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만히 보았다. 아, 이거 정상이 아니구나.

 

병원에 갔더니 정신과를 추천했고, 우울증 소견을 받았다. 10시간이면 적절한 수면량 아닌가 생각했는데, 항상 4~5시간 자던 사람이 회사에서 집에 오자마자 세상과 단절하듯 잠에 취했다는 점에서 정상적이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정확히는 잠을 회피 용도로 사용한다고 말하였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되었다. 그도 그럴 게 잠만 전보다 더 자는 것뿐이지 일도 제대로 해내고 있고, 밥도 저녁 빼고는 항상 챙겨 먹었다. 어디를 회피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기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더 생각하기 귀찮아져서 잠자려고 집에 오자마자 옷을 갈아입었다.

 

“호열 씨, 또 잘 거야? 일단 자는 거 말고 다른 거 해보자. 호열 씨 최근 한 달간 주말엔 거의 19시간을 잔 거 알지..? 내가 나 좋자고 하는 거 아니잖아.. 의사 선생님도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취미 생활을 하랬잖아. 응?”

 

“내 취미는 자는 거야. 그래야 오늘 있었던 일도 말해주고, 농구도 같이 하고, 자전거도 타고… 그리고..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호열아, 너 나랑 있는 게 괴로워?”

 

“내가 지금 괴로워 보여?”

 

“…우리 이혼하자. 너 정말 제정신이 아니야.. 오죽하면 네가 그리 좋아하던 강백호 씨가 나한테 전화를 해.. 너 한 달 동안 강백호 씨 연락은 아예 안 받았다며, 네가 환장하는 강백호 씨한텐 왜 그랬어? 나 사실 알고 있었어!! 너 강백호 좋아하잖아!!! 나도 이해해 주고, 노력해서 괜찮아지려고 했어..!! 근데 이젠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 같아… 나 도저히 호열 씨를 감당 못 하겠어..”

 

“왜 그래.. 나 평범한 사람이야. 나 지금껏 말썽 하나 안 피우고 살았어. 남들한테 피해 안 끼치려고 최대한 정상인처럼 살았다고…”

 

“호열아.. 난 그걸.. 감당 못 하겠다는 뜻이야.. 이혼 서류 작성해 놓을 테니까 그렇게 알아둬..”

 

아내는 내 방에서 나갔고

 

웅웅웅

 

강백호에게서 온 전화가 때마침 울렸다.

 

그리고 받지 않았다. 내가 날 버티기가 힘들다. 아내는 날 여기에 두고 갔고, 난 내 자신을 감당하지 못해 다시 잤다. 너만큼은 날 감당해 줄 수 있을 거야. 오늘도 재밌는 시간 보내자. 근데 백호야, 너 어딨어?

 

갑자기 꿈에서 백호가 사라졌다. 내 보금자리가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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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ㅎ열아...! 양호열!!

 

꿈에서도 안 보였던 강백호가 눈앞에 있었다. 흐릿하지도 않고, 나를 똑바로 봐주는 강백호가 내 앞에 있다. 백호야, 나 많이 기다렸는데, 왜 안 왔어.

 

“정신 차려, 양호열!!!”

 

“소리 지르지마.. 오랜만에 만났잖아.”

 

“호열아.. 회사는 왜 안 나갔어? 언제부터 잔 거야? 너 왜 그러는 거야!!”

 

“소리 지르지 말라고…”

 

“내가 전화하는 거 왜 안 받았어? 휴대폰 어디 있어? 아니, 그것보다 책상에 이혼 서류 있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너 진짜 제수씨랑 이혼하는 거야? 말 좀 해봐!!!”

 

“아 좀 닥쳐봐!!!!”

 

“…”

 

“백호야.. 난 이제 내가 버겁다… 왜 이렇게 됐냐고..?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나 좀 가만히 두라는 게 그렇게 어렵냐? 그거 잠 한 번 자는 거 가지고 다들 왜 그러는 건데.. 내가 정상 같지 않아 보여? 잠 좀 잤다고 병원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이야?”

 

양호열이 자멸했다.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냥 좀 이혼할 수 있는 틈을 만들고자 했던 거지.. 양호열은 생기 없는 눈동자를 휘날리며 두서없는 말을 이어갔고, 그 내용은 모두 꿈 속 이야기였다. 양호열의 인생엔 내가 없었고, 자칭 강백호라는 남자만이 양호열의 인생을 가득 채워버렸다.

 

“양호열, 이제 일어나. 꿈속엔 내가 없어.”

 

“..싫어. 날 제대로 봐주는 건 걔밖에 없어. 넌 이제 그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잖아.”

 

“하.. 호열아, 나 애 없어..”

 

“뭐..?”

 

“거짓말했어. 그러니까 제발… 정신 좀 차려봐.. 내가 미안해.. 사실 네가 나만 바라봤으면 해서 그랬던 거야. 넌 맨날 도망칠 구석을 두고 나랑 만났잖아..! 결혼이니 아이니 다 회피할 수단으로 쓰였지. 넌 변한 적이 없어. 평범해지자고? 슬슬 그만하고 현실을 보라고? 넌 나 하나 못 잊어서 여기까지 왔어! 그걸 알게 해준 사람은 나고! 그럼, 걔한테 매달릴 게 아니라 나한테 매달렸어야지!!! 왜 그딴 애한테 마음을 주냐고!!! 내가 이젠 꿈에 있는 새끼까지 이겨야 네 마음에 들어갈 수 있는 거냐? 네 아내, 네 부모님을 이기려고 이 짓까지 해가면서…!!”

 

강백호의 목소리가 먹먹하게 들렸다. 거짓말. 강백호가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왜? 네가 거짓말을 해서 얻는 게 뭔데? 초점 없이 흔들리던 양호열의 눈동자가 분노로 가득 찼다. 욱했던 마음에 가시 뻗친 말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호열아, 너도 알고 있잖아. 나한텐 그럴 자격이 없는 거. 결국엔 강백호 덕분에 나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여기까지 왔다.

 

그래, 백호야. 네가 꿈에 나오지 않은 건 내가 행복한 꿈에서 깼기 때문인가 보다. 이젠 너랑 있어도 행복하지 않아. 이건 다 이기적이었던 내게 주어진 벌인가 봐. 솔직하지 못해서 모두에게 상처를 주었고, 피해를 끼쳤고, 결국 나는 모든 것을 회피했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지만, 속으로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던 죄였다. 부모님도 날 포기했을 것이고, 아내는 자신의 길을 또 찾을 것이다. 강백호는.. 곧 자기 죗값을 치르게 되겠지. 나도 죄값을 받았으니 이제 강백호 네 차례야.

 

“백호야, 나 정신 차렸어. 이제 괜찮아. 그러니까 이제 집에 나가.”

 

“싫어. 나 안 받아주면 안 나갈 거야… 난 항상 이 순간만을 바라왔었어. 네가 평범함이랑은 거리가 멀다는 걸, 부모님의 평가에 매달릴 때는 이제 지났다는 걸 알았으면 했다고. 호열아, 그게 벌써 10년이나 지났다… 이쯤 되면 정말 나 하나만 봐도 괜찮은 거 아니냐…?”

 

“백호야, 넌 아직 벌을 안 받잖아. 이기적으로 군 죄는 받고 다시 보자. 난 너랑 있으면,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아. 확실히 세상엔 영원한 건 없었나 보다. 그렇지?”

 

“..내 마음은 안 변해.”

 

“그건 모르겠고, 이제 내 집에서 나가. 나 이제 이혼 서류도 작성해야 하고, 부모님이랑 연을 끊던 뭐든 할 거니까. 아, 회사는 어떻게 됐지. 잘렸으면, 구직활동도 해야 하고.. 다 처음부터 시작해야 해서 너랑 떠들 시간이 없어. 나 바쁘니까 너도 너 할 거 해. 잘 가라. 힘들면.. 뭐 알아서 하고. 전화하지 마. 어차피 번호 바꿀 거라 소용없을 거야. 네 덕에 꿈에서 깼다. 이젠 나답게 살게. 고마워.”

 

강백호는 한 마디도 못 하고 집에서 내보내 졌다. 십 년이라는 세월을 바쳐 얻어낸 결실이 양호열에게 완전히 버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미치도록 눈물이 솟구쳤고, 죽고 싶을 만큼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벌이 무엇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언제 돌아가도 좋은지 말해 주지도 않고 버려졌다.

 

사실 양호열과 했던 마지막 전화 이후 제정신으로 있었던 때가 없었다. 매번 호열이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생사를 확인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넌 내 전화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받으니까. 그래서 인가 네가 다쳤거나 아파서, 아니면 너무 바빠서 못 받았으면 했다. 근데 돌아오는 대답은 자기도 모르니까 직접 전화해 보라는 말밖엔 없었다. 그럴 때마다 미치도록 이 시간이 아까웠고, 그녀를 대신하고 싶었다. 내가 있는데 왜 그런 사람에게 매여있고, 날 봐주지 않는 거야. 차라리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으면 틈을 만들기 더 쉬웠을 텐데. 아니다.. 굳이 애가 생겼다고 거짓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 방법 말고도 널 얻을 방법은 많았는데.

 

후회에 후회를 거듭하고 나니 제자리보다 더 멀어진 곳에 내동댕이쳐졌다. 벌은 이미 충분히 받았는데, 더 벌 받아야 양호열에게 돌아갈 수 있다. 무어를 위한 10년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 자멸한 건 양호열이 아닌 나였구나.

 

그날 이후로 강백호는 잠에 들지 못했다. 이혼과 벤치행은 술술 진행됐으며,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고 양호열만 그리워져서 농구도 나 몰라라 했다. 밖에선 이혼해서 그렇다, 심적으로 힘들어서 그렇다는 말이 나왔고, 더 많이 퍼져서 양호열에게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실수를 했던 적도 있었다. 스스로도 미친 걸 알지만, 끊을 수 없었다. 양호열이 보고 싶은데, 꿈에서도 못 보니 그야말로 지옥과 다름없었다.

 

불면증에 농구는 점점 바닥을 쳤고, 2군행이 코앞이었다. 하루 종일 뛰어야 잡생각이 안 들어서 체육관에 처박힌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오르라는 실력은 안 오르고, 스트레스만 머리 꼭대기까지 닿았다. 도피하고 싶어도 도피할 수가 없어서 모든 것을 직면하고 있다. 차라리 양호열처럼 보고 싶은 사람이라도 보면 덜 억울했을 것이다.

 

"...양호열, 이게 내게 내려진 벌인 거냐? 죄값 한 번 크게 치르네.. 지옥에 가서 받는 벌도 이만큼은 아니겠다.... 미치도록 네가 보고 싶어..."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뭘 해야 네게 다시 돌아갈 수 있는지 알려주라..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아.. 숨이 막혔다가 터졌다가 딱 살 수 있을 만큼만 공기를 준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불쌍하게 여겨줬으면 좋겠어.. 내 보금자리에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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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이 저조하다 못해 사는 사람 같지 않을 수준으로 치닫자, 코치가 휴가를 추천했다. 반년을 이러고 지내니 더 이상 해줄 것이 없었나 보다. 하긴 초반에는 강백호니까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며 응원을 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쓰레기 같은 경기를 보여주니 욕으로 도배될 수밖에 없었다. 매번 가는 정신과에선 더 센 약은 줄 수 없다며, 차라리 불면증의 원인을 한 번 마주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해주었다. 선생님, 나도 만나고 싶은데 못 만나는 거예요.. 걔가 어딨는지 도저히 모르겠다고요..

 

양호열이 날 버렸던 그날, 양호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정말 행복했던 꿈처럼 깨고 나니 사라졌었다. 정신 차리고 흥신소든 뭐든 돈을 써가며 양호열을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고, 결국 구대용을 불러서 양호열한테 전화해 보라고 했다. 소득이 있었다면 양호열은 살아있었고, 전화번호도 안 바꿨다는 것이다. 바보처럼 양호열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전화할 생각을 한 번도 못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만약 내가 전화했을 때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니 신중히 행동하기로 했다. 바보 같은 짓은 한 번으로 충분하니까.

 

전화 녹음본을 틀자, 그간 못 잤던 잠이 쏟아졌다. 5분 정도 되는 녹음본을 반복 재생하면서 수백 번을 들었다. 행복하다. 이런 게 행복일까.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양호열도 내가 못 자는 걸 알아서 일부러 전화를 받아줬던 걸까. 슬슬 양호열에게 다가가도 괜찮지 않을까. 오만가지 김칫국을 들이켠 이후에야 일상생활을 시작하였다. 점점 일상을 되찾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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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지났다. 양호열이 준 선물 덕에 최고 커리어를 만들어 내며, 오늘 은퇴식을 치렀다. 솔직히 말하면 양호열이 은퇴식을 보러 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안 한 것은 아니었다. 은퇴식 내내 관중석을 계속 둘러보았지만, 양호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를 위한 회식 자리였지만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집에 왔다. 올라온 은퇴식 영상을 계속 재생하며, 내가 못 봤을 양호열을 찾았다. 호열아, 넌 나 없이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난 여전히 널 찾고 있어. 잘 지내고는 있는 거냐? 살아는 있고? 그때처럼 잠만 자면서 일상을 보내는 건 아니고? 너희 부모님은 뭐래? 너희 부모님 장난 아니잖아. 내가 미국에서 농구 활동을 한다니까 그제야 친구로 인정해 준 부모님이었지. 너도 참 대단하다. 그런 부모님이랑 어떻게 살았냐? 네 전 부인은 2년 전에 날 자기 결혼식에 불렀어. 확실히 사람마다 정해진 인연이 있는 것 같다. 너랑 결혼했을 때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거 있지. 내 전 부인도 자기 좋다는 남자 만나서 잘 지내고 있어. 그럼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냐.

 

난 다 상관없고 너만 궁금한데, 네 소식 말고는 다 들려와.

 

갑자기 휴대폰이 울리며, 화면에는 ‘호열이’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급하게 받았더니 여유로운 양호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순간 넋을 잃었다가 급하게 녹음 버튼을 눌렀다. 언제 또 양호열이 나한테 연락을 줄진 모르니까.

 

[백호야, 잘 지냈어?]

 

“아니..”

 

[진짜? 난 너 잘 못 지내면 안 만날 건데.]

 

“잘 지냈어!! 너 만나고 싶어도 꾸역꾸역 참으면서 최고 시리즈도 만들고, 미안했던 사람들한테도 다 사과했고..! 그리고.. 그리고..”

 

[나 없이도 잘 지냈다니 대견하네. 백호야, 나 춥다. 문 열어줘. 너 좋아하는 생크림 딸기 케이크 사왔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어. 네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급하게 연 문 앞에는 늙지도 않은 양호열이 서 있었다. 내가 진짜 꿈꾸나.. 상상했던 그 얼굴을 한 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붉은 뺨, 붉은 코, 붉은 입술. 얼굴을 살포시 잡고 덜덜 떨며 입술을 맞댔다. 짠맛이 났지만, 양호열이 날 받아주었다는 사실에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인사가 화끈하네. 36살 나이 헛되이 먹은 거 아니다 이거냐?”

 

“왜.. 돌아왔어..?”

 

“꿈에 네가 나왔어. 나 보고 싶다며 찡찡대는 강백호가 몇 날 며칠을 나오던데.”

 

“..나는 네가 안 나왔단 말이야. 왜 안 나왔어!! 보고 싶다고 얼마나 많이 말했는데, 나와주지도 않고..! 너무해.. 진짜 너무해…”

 

“으이구.. 다시 보니까 강백호 나이 헛먹었네~.. 꿈엔 안 나왔지만, 여기 네 눈앞에 있잖아. 그러면 된 거 아냐? 응? 울지 말고.. 어서 나 봐봐. 보고 싶었다며.”

 

“…흐윽.. 보고 싶었어..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어.. 죽는 줄 알았어어… 내가 얼마나 힘들은 줄 아냐.. 윽.. 허어엉..”

 

“아이고.. 백호야, 울어도 들어가서 울자. 눈물 콧물 다 얼겠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거대한 몸을 나에게 욱여넣었다. 예전엔 이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남자는 계속 큰다더니 그 말이 맞았다. 띵띵 부운 눈을 바짝 세운 채 그간 궁금했던 말을 와 다다 부었다.

 

“너 왜 날 버렸어..! 난 항상 너만 봤단 말이야.”

 

“그래서 그랬어. 나만 봐주는 거 정말 고맙지. 근데 나 때문에 네가 남한테 상처 주고, 농구도 포기하는 게 싫었단 말이야. 나 없어지고 몇 개월은 많이 힘들어하는 거 봤었어. 다시 돌아갈자 생각도 했는데, 그럼 널 상처 주고 보낸 이유가 없잖아. 백호야, 난 네게 첫 번째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너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너였으면 좋겠어. 나 하나 때문에 네 인생 다 뒤엎고 그런 거.. 싫다.. 백호야.”

 

“호열아, 그런데 어떡하냐. 나 그런 거 못 해. 여기까지 아득바득 온 것도 다 너 때문이고, 농구도 재밌지.. 근데 날 알릴 수 있는 수단은 농구밖에 없어서 더 열심히 했던 거야.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못 살고 있는지 알아줬으면 해서 포기 안 하고 여기까지 왔다고. 난 네 소식 몰라도 넌 내 소식 알았으면 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내 얘기 들으면 다시 나한테 돌아왔으면 했으니까..”

 

“사실 너한테 실망해서 떠나보낸 것도 있어. 모두에게 맞추기만 하던 내가 기댈 수 있는 곳은 너밖에 없으니까. 내 모든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나와 같을 것 같았던 사람이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거든. 근데 그 거짓말 때문에 더 이상 멍청이로 살지 않기로 했지. 너한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아마 네가 그런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아직도 남한테 비위 맞추며 밑바닥에서 기고 있었을 거야.”

 

“또 떠날 거냐..? 나 정말 많이 후회하고 있고, 그런 짓 더 이상 안 할 거야. 전 부인이랑 결혼한 것도 사실은 네가 질투했으면 했어. 네가 날 붙잡아 줬으면 했고, 네 감정에 솔직해졌으면 해서 그랬던 거야.. 왜냐면… 내가 그랬으니까… 나 버리지 마.. 말 잘 들을게..”

 

아 행복하다.. 백호야, 난 이걸 어떻게 8년이나 버티고 살았을까. 널 버리라고 해도 못 버리겠어. 왜냐하면 나도 네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거든.

 

“안 떠날게.”

 

“뻥 아니지? 나 정말로 안 보내줄 거야.”

 

“보내지 마. 나 떠나겠다고 짐 싸도 네가 기절시켜.”

 

“약속해.. 도장 찍고 복사도 해..”

 

“아니, 나 그만큼 너한테 신뢰가 없냐? 네가 구식이, 대남이, 용팔이 시켜서 전화 걸었지?”

 

“어떻게 알았냐..”

 

“걔네가 1분 간격으로 전화를 거는데 의심이 안 가겠어? 그럴 애들도 아니고, 딱 보니 강백호가 눈 부라리면서 시켰겠구나 한 거지. 내가 먼저 전화 걸지 말라 해놓고 의도 뻔한 그 전화를 받는 게 이상한 것 같아서 안 받을까 싶었거든. 근데 네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했을까 싶고, 내 전화번호 앞에서 얼마나 많이 망설였을까 싶었던 거지.. 그래서 용팔이 전화는 받은 거야. 솔직히 나도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받은 것도 있고… 그러니까 내 말은 나 그 정도로 강단 있는 놈 아니야. 흔들리기 쉽고, 유혹에도 약한 놈이라고. 그러니까 너 정도면 나 쉽게 무너뜨려. 10년은 박혀있을까 했다가 5년밖에 못 기다린 거 봐. 나 참을성 없다니까. 이제 좀 신뢰가 생기냐?”

 

“..독한 자식….”

 

“맞다. 너 근데 왜 내 전 부인 결혼식에 갔냐? 나야 전 남편이자 친구.. 신분으로 갔다지만 넌 뭐야.”

 

“뭐?? 너 전 부인이랑 친구하고 있다고? 미친 거 아니야??”

 

“아니.. 이혼하는 과정에서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보니까 친해져 버린 거야. 근데 걔가 내 전 직장동료랑 눈이 맞은 거야. 그래서 뭐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한 번 드레스 골라준 사람으로서 한 번 더 봐달라길래.. 걔 남편이랑 같이 드레스도 골라주고.. 한 거지….”

 

“미친 거 아니야…..”

 

“내가 게이여서 할 수 있는 것들 중 하나는 전 부인의 연애 코칭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이 있더라고.”

 

“잠만.. 나 근데 널 못 봤는데??”

 

“당연하지. 난 신랑 쪽 맨 구석에 앉아 있었거든. 너 너무 단순해서 신부 측만 살펴보더라? 민첩해져라.”

 

“어이가 없어서.. 신랑이랑도 친해진 거냐?”

 

“..어쩌다 보니…..ㅋㅋ”

 

“..난 매년 죄송해서 네 이혼 날마다 한우 세트 보내줬더니 고맙다고 결혼식 와달라던데.. 겸사겸사 자기 남편이 내 팬이라고 사인 부탁하더라.”

 

“와… 진짜 너도 만만찮게 제정신이 아니다.. 내 이혼 날을 왜 네가 챙겨??”

 

“나도 책임이 있으니까!! 애초에 네가 반성하라며!! 그래서 반성하는 뜻으로 보내준 건데 뭐가 잘못됐냐?? 네 전 부인도 진짜 좋아했어!!”

 

“우리 셋 다 제정신이 아니었나 보다.. 지금도 보내냐? 저번달이었던 거 같은데..”

 

“결혼하시고 나서부턴 부담스럽다고 안 받아주시던데..”

 

“걔도 참 걔다.. 그래도 나도 너도 걔한테 잘못한 게 많았지.. 네 전 부인은 잘 지내냐?”

 

“뭐 술 꺼내자고? 내용이 점점 제정신으로 할 내용이 아닌 거 같은데.”

 

“빨리 잘 지내셔?”

 

“애초에 계약 결혼이라 걔도 때가 됐다는 듯이 받아들였거든. 그리고 팬심에 그랬다는데 3년을 같이 살면 걍 친구지 뭐.. 마음도 없었고, 걔도 중간부턴 남친 사귀고 다 했어. 지금 진중한 관계를 맺은 사람이 있다면서 나중에 결혼식 올 거면 노래 불러 달라고 하더라.”

 

“우리 참 대단한 사람들 만났다..”

 

“너네 부모님은 게이라고 하니까 뭐라 하셨냐? 받아들일 순 있겠대?”

 

“우리 부모님이 그러셨겠어? 그랬으면 나 이렇게 안 살았지. 둘 다 연 끊었어. 자식 농사 다 망쳤다는데 내 상관은 아니지.. 36살 차이 나는 동생 생겨도 아무 말 안 하려고..ㅋㅋㅋ”

 

“너 혹시 오기 전에 술 마시고 왔냐?”

 

“솔직한 내 마음을 보여주는 건데, 부담스럽냐? 뭐.. 그럼 딴 놈 잡아서 이야기해야겠다. 강백호가 그렇다는데.”

 

“더 해봐.. 들을게.”

 

우리 둘은 피곤하지도 않은 것처럼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눴다. 같이 씻고, 같이 잠을 잤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서로의 보금자리에 서로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몰랐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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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양호열부터 찾는다. 옆이 비는 게 무서워서 항상 양호열보다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양호열의 얼굴을 오목조목 보는 게 취미기도 했다. 옛날보다 살짝 더 처진 눈가와 여전히 반듯한 눈썹, 오뚝한 코와 말랑한 입술은 언제 봐도 귀엽다. 역시 머리 내린 게 더 이쁘다. 올리든 말든 양호열 자체가 예쁜 거지만. 양호열은 자신의 얼굴로 말랑이 놀이를 해도 절대 깨지 않는다. 두부.. 두부 말랑이.. 이제 곧 일어날 시간이 된 듯하다. 아침으로 뭐 해주지. 맨날 아침에 빈속으로 커피를 마셔서 걱정이다. 좀 뭘 먹여서 일 보내려 해도 안 먹겠다고 떼를 쓰니 저게 39살인지 9살인지..

 

“백호야.. 나 배고파..”

 

“그르냐? 뭐 먹고 싶어? 응? 우리 호열이가 먹고 싶은 거 해줘야지.”

 

“나아.. 오늘은 일하러 안 갈래애.. 더 자고 점심먹자..”

 

“이렇게 자주 쉬어도 괜찮냐? 나 마트 갈 때마다 카센터 언제 여냐고 사람들이 물어봐.”

 

“내가 사장인데.. 알아서 하는 거지. 으으응.. 그리고 어차피 네가 먹여 살려줄 거잖아. 안 그래, 여보?”

 

“흐눗.. 자극하지 말아라.. 나 아직 안 죽었어.”

 

“좀 죽여라~ 이제 마흔 살을 앞두신 강백호 씨~ 너무 팔팔한 것도 매력 없어~”

 

“엥. 내가 팔팔하면 누가 좋은데!! 바로 양호열 씨 아닌가요? 이거 덕에 양호열 씨가 득을 크게 보셨던데.”

 

“흐흥.. 제가 좀 쏠쏠하게 봤죠. 아 너 때문에 잠 다 깼어! 그냥 아침 운동이나 하러 가자.”

 

“그럴까. 운동하고 돌아와서 마트 좀 갔다 오자. 집에 먹을 게 없어.”

 

“진짜? 두 사람이 사는 집에 먹을 게 왜 이렇게 빨리 떨어지나 모르겠네.. 어디 돼지가 한 마리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백돼지.”

 

“잘 키워주라. 애정이 많이 필요한 돼지야. 욕심도 많고, 질투도 많아서 혼자 두면 안 돼.“

 

“암. 이렇게 잘생기고, 튼튼하고, 거대하고, 애교 부리는 돼지가 어딨다고 버려. 내가 평생 책임지고 같이 살아야지.”

 

“헤헹. 빨리 가자. 경기 안 뛰니까 몸이 빨리 굳는 것 같아.”

 

백호는 나이를 먹을수록 어리광이 늘었다. 싫은 건 절대 아니고, 요즘 들어 걱정되는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른 일에는 어리광 많은 강백호가 수면에 관해서는 말하기 꺼린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면 되는데,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절대 괜찮다며 딴청을 부린다. 처음부터 안 사실은 아니고, 두 달 전에 출장을 갈 일이 있었다.

 

회사에서 잘리고, 무계획으로 부산에 내려와 카센터에 알바로 들어갔다. 분명 사장님이 작은 업무만 가르쳐 준다고 했으면서 점점 가게 운영을 나에게 맡기기 시작했다. 이곳에 뼈를 묻게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일을 했더니, 가게를 아예 물려주셨다. 자기는 아내랑 여행하며 살 거니까 가게는 알아서 하라고 하셨다. 큰 카센터는 아니지만 오래된 곳이라 그런가? 단골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멀리서 차 수리를 맡겨 주시는 분들이 아주 조금 있었다. 그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그 아주 조금의 확률로 강백호가 혼자 있어야 했던 날. 그냥 거절할까 싶다가도 사장님의 믿음에 저버리기 싫었다. 강백호는 항상 나와 잘 때, 잘 잤으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길게도 안 있었고 하루 정도 갔다 왔을 뿐인데, 강백호의 상태가 별로 안 좋았다. 스포츠맨이라며 소중히 여기는 손톱도, 너무 울어서 짓무른 자국도, 내 옷이 널브러진 침대도. 내가 강백호의 불안을 너무 쉽게 여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넌 언제나 나보다 늦게 잤었고, 나보다 일찍 일어났잖아. 그런데도 왜 몰랐을까. 네 옆에 내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왜 몰랐을까.

 

이를 알고 나서 티는 안 냈지만, 잠에 좋다는 것을 간식 삼아 먹이기도 했다. 침실 조명은 최대한 눈이 안 아픈 색으로 바꿨고, 마음이 불안할 때 안을 수 있도록 긴 인형을 사뒀다. 하지만 강백호에게 가장 좋은 해결책은 내가 강백호와 같이 자는 것이었다. 한 번은 강백호가 자는 거 보고 자려고 했더니, 자기 자는 사이에 내가 도망칠까 봐 죽어도 안 자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믿음을 안 주고 있는 것인지, 자기가 안 믿으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해결하지 않으면 강백호는 평생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부터 하는 작전은 강백호 힘 빼게 하는 것과 나의 수면 루틴을 강백호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일은 잠시 쉬기로 했다. 물론 내가 원해서 하는 건 아니고..

 

아침, 저녁 산책을 3시간 정도 해줘야 강백호가 실망하지 않는다. 어쩌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개의 영혼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밥은 최대한 혈당 스파이크가 올 듯 말 듯하게 먹여야 한다. 점심에 그렇게 먹이면 내가 졸려서 낮잠을 따라 자겠다고 찡찡거린다. 그리고 아주 달달한 우유 한 컵을 자기 1시간 전에 먹인다. 나의 수면 루틴은 아니지만, 강백호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한 것이다. 그리고 양호열 특제 온몸 마사지를 해준다.

 

“백호야, 어때~ 잠이 솔솔 오지?”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큰일이다.. 난 이제 잠이 미치도록 오는데... 이건 변수다. 강백호를 1시 전에는 재우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그러면 7시간 수면을 마치고 8시에 일어나는 완벽한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11시. 아직 2시간이 넉넉잡아 있으니까 불안할 필요는 없다. 강백호도 보자마자 눈 뒤집히며 잘만 한 우주 다큐멘터리를 틀었다. 위험 요소라면 나도 똑같이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버텨준다. 노을빛 전등 하나를 틀고, 우주 다큐멘터리를 틀었다. 위험하다.. 벌써 잠이 온다.

 

[죽어가는 별의 중심핵 안에서 단순한 원소들이 복잡한 원자로 융합됩니다. 처음으로, 수소와 헬륨은 현대 우주를 가능하게 할...]

 

눈이.. 감긴다. 안 되는데..

 

“호열아, 자고 싶으면 자. 왜 이렇게 버티냐?”

 

“내가.. 누구 때문인데... 너랑 같이 자려고 기다리는 거란 말이야... 바보야, 빨리 좀 자... 나 졸려서 죽을 것 같아..”

 

푸흑..!!

 

아니 이게 누구 때문인데 웃어?? 괘씸해서 텔레비전을 끄고 강백호를 꽉 안아주었다. 이러면 잠이 안 와도 잘 수밖에 없겠지. 옆에 손이 스윽 스치더니 전등을 껐다. 그리곤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미안.. 걱정시켜서. 그래도 너만 있으면 전보다 잠이 잘 와. 그러니까.. 나 버리지 마.”

 

“백호야, 나도 너 없으면 이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내 인생이 강백호고, 내 시간이 강백호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네가 눈 떴을 때 항상 네 옆에는 내가 있을 거야. 응? 이제 괜찮아졌어? 나 없다고 울지 말고.. 아예 출장을 가지 말까?”

 

“응.. 너 없는 게 너무 무서워. 가지 마..”

 

“그래, 안 갈게. 우리 백호~ 언제 이렇게 작아졌어. 몸은 커다래도 너무 커다란데, 속은 완전 쫄보구나?”

 

“응.. 나.. 완전...”

 

헐 잔다!! 강백호가 잠들었다!!! 시간도 12시 48분! 간당간당하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백호야, 잘 자. 꿈에서 보자.”

 

스르르 웃는 백호의 미소에 나까지 긴장이 풀려 잠이 왔다. 백호야, 네 꿈으로 갈 테니까 절대 떨어지지 말자.

 

나의 인생, 나의 시간, 나의 남자.

 

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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